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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국내 음악

포맨 - 살다가 한번쯤 [가사/듣기]

by 블랙쿠키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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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우연히 MP3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너무 오랜만에 봐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MP3였는데요. 정말 오래 썼습니다. 당시 백화점에 저를 데리고 가서 이 MP3를 사주시던 아버지의 표정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로는 그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요. 어딘가에 놔두고 세월을 보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더군요. 물론 아주 가끔 이 존재를 의식하곤 했지만 버리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추억의 징표처럼 느껴지더군요. 옛 생각에 잠시 잠길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하나쯤 있으면 좋잖아요!

 

 

MP3에 있는 달력을 보는데 2008년이 나오더군요.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이 대충 짐작되시죠? (정면으로 찍었는데 제 방이 훤히 보여서 그냥 비스듬히 찍었습니닿) 근데 이것저것 만지고 보니 배터리가 금방 닳더군요. 그래서 충전하려고 했는데 충전이 안 되더군요. 이제는 보내줘야 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기록합니다. ㅠㅠ  아무튼 오랜만에 켜서 곡들을 봤는데 포맨 곡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포맨 곡들을 듣다가 이곡을 마주하니 감정이 요동치더군요. 그래서 소개합니다. 

 

"포맨의 살다가 한번쯤"

 

눈을 감기만 해도 눈물이 흘러
네가 보여서 많이 보고 싶어서
I know 다 끝난 일인걸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세상이지만
어딜 봐도 어딜 가도
너는 보이질 않아


살다가 한번쯤은 마주치기를
난 아직도 그곳에 살아
어디서 그 어디서 무얼 하든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


살아있단 것으로 정말 고마워
너의 소식이 내가 사는 이윤걸
I know 다 끝난 일인걸


다른 만남 다른 사람
사랑해도 괜찮아
누굴 만나 뭐가 됐건
너만 행복하면 돼


살다가 한번쯤은 마주치기를
난 아직도 그곳에 살아
어디서 그 어디서 무얼 하든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


한번만 딱 한번만 마주친다면
꼭 이 말 전해줄 거야
태어나 너를 만나 고마웠다고
잘살라고 꼭 행복하라고

 

어느 글이 생각난다. 옛 연인에게 쓴 글이었던 것 같다. 너무 잘 살지도 말고 너무 못 살지도 말고 그냥 살아만 있어 달라고. 이 노래를 듣다 보니 그 글이 생각난다. 부끄럽게도 이제껏 제대로 된 연애를 한 적이 없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공간에 자리 잡은 어느 사람.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며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생각하니 그 글이 공감되었다. 너무 잘 살고 있으면 조금은 씁쓸할 것 같고 너무 못 살고 있으면 속상할 것 같다. 그리고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살아있지 않다면 마음이 무척 아플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살아만 있어 달라는 그 글이 무척 공감되었다. 이 곡처럼 잘 살라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태연하게 말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살아줬으면 한다. 

 

 

세상 진짜 좁다고 느낀 적이 종종 있다. 옛날에 짝사랑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날 때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본 적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적도 있었다. 물론 다 다른 사람이다. (생각보다 짝사랑을 많이 했구나..) 한결같은 모습인 경우도 있었고 그 옆에 연인과 함께 있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나름 절절했던 당시의 감정을 생각해보면 그러한 모습, 상대의 모습에 가슴이 아릴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보다 무덤덤했었다. 그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했던 지난날이 허무할 만큼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왜 내가 저 사람을 좋아했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니 이별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간 인연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소모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만남과 사람. 그리고 그 기회가 셀 수 없이 많다. 셀 수 없다는 것은 희망과 설렘을 가득 품어도 모자랄 수 있다. 그러니 가끔 밀려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는 몇 분가량의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받고 훌훌 털어내는 것이 좋다. 되도록 오래 끌지 말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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