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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모리의 정원 영화 후기 (모리의 정원 줄거리 및 결말 포함)

by 블랙쿠키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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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정원, 2018년에 일본에서 개봉하고 2020년에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의 영화입니다. 뒤늦게 한번 봤는데 생각보다 영화 분위기가 너무 좋더군요. 강렬한 연출 장면이나 자극적인 내용의 영화가 아님에도 참 좋았습니다. 다큐멘터리같이 잔잔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습니다. 지루할 것 같다는 우려가 부끄러울 만큼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극 중 히데코를 연기하신 분인 키키 키린의 유작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실제로 존재하는 분이시더군요. 쿠마가이 모리카즈(1880~1977)는 실제로 30여 년간을 자기 집과 정원에서만 지냈다고 합니다. 영화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유명한 화가인 쿠마가이 모리카즈(야마자키 츠토무)는 아내인 쿠마가이 히데코(키키 키린)와 함께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히데코는 여러 새를 키우며 자연 속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정원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친구이자 가족이었습니다. 모리카즈에게는 정원 속 모습들이 그의 작품 세계이자 소재가 되었습니다.

 

 

조용하고도 잔잔한 삶이 계속될 줄 알았던 그의 집에 손님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유명 화가인 그가 직접 써 준 간판을 얻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여관 주인이 그를 만나러 왔습니다. 하지만 모리카즈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자만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쓰는 글자는 한정되어있었습니다. 먼 곳에서 온 사람을 위해 글자를 써주기로 하나 결국 자신이 쓰고픈 글자를 쓰게 됩니다. 여관 주인이 부탁한 글자, 즉 부탁한 가게 이름이 아니라 모리카즈가 쓰고자 하는 글자를 쓰게 됩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가 겸연쩍어하나 여관 이름을 그가 쓴 글자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어색한 웃음으로 넘기게 됩니다.

 


모리카즈의 정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사진작가 후지타 타케시(카세 료)와 그의 제자 카지마 코헤이(요시무라 카이토)도 그를 찾아옵니다. 모리카즈의 모습을 담기 위해 찾아오게 됩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그의 모습을 관찰하며 그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그들은 나라에서 주고자 하는 문화훈장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돈과 명예를 중시하기보다는 자연 속 삶,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모리카즈였습니다. 욕심이 없는 듯한 모리카즈의 모습에 많은 사람은 놀라워하며 신기해합니다.

 

 

그의 집과 정원 근처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보이지만 단호한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배려하며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곳에서 정원을 가꾸며 삶을 이어갑니다. 한결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모리의 정원,
한번 볼만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유명 화가, 쿠마가이 모리카즈는 30년 동안 집에서 지냈다. 밖을 나가지 않은 채 정원과 집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거의 은둔에 가까울 정도로 그는 많은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지만, 은둔생활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그러한 삶이 그에게는 많은 재미를 주고 있었다. 그에게는 24시간이라는 하루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정원에서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곤충들이나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여러 식물을 보는 것이 그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었다. 특히 지나가는 개미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바라보면서 아주 작은 개미의 다리 움직임까지 살피는 그의 모습 속에서 정원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자연의 모습과 변화를 마주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엄청난 의미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그에게는 정원이 그의 온전한 세계이자 가족, 영원한 친구인 셈이었다.

그의 삶을 집중하자 그의 아내인 히데코도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그가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랜 세월 그를 내조한 그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더 넓은 세계에 살고 싶지 않냐는 말에 아내가 더 피곤해질 것이라며 그건 너무 곤란하다고 하는 모리카즈의 모습 속에서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남들과 사뭇 다른 삶을 그들이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결같이 아내를 생각하는 남편도, 한결같이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모습도 너무 대단해 보였다.

밖을 나가지 않고도 30년 동안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경제력도 존재했다. 이미 화가로 유명한 모리카즈는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1년도 아닌, 5년도 아닌 무려 30년 동안 집에서만 지낼 수 있는 것이 가능했다. 그들의 삶이 조금은 부러워서 1년 만이라도 그러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하지만 돈이 제일 걱정되었다. 별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도 1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유명한 화가로서 인정받았음에도 나라에서 주는 문화훈장을 거절하는 그의 모습 또한 놀랍기도 했다. 보통 돈이 일정 수준 모이고 여유로워지면 명예에 대한 욕심도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욕심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지나친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더 욕심내지도 않고 현재의 상태에 만족해하는 그였다. 그리고 그러한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였다. 그들의 삶은 안분지족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최고 위치에 서 있게 되면 자신의 의견을 굽히기 힘들어진다. 사실 이건 사회적 위치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 자신만의 세계가 어느 정도 굳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집을 꺾기가 힘들다. 그들은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보였다.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정원의 한 부분이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의견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극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양보하게 된다. 그리고 아파트 인부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 진정한 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열심히 가꿔온 작은 연못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그들은 새롭게 정원을 가꾸며 아무렇지 않은 듯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들이 보인 양보나 배려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듯 어떠한 생색도 내지 않고 늘 그렇듯 가꿔온 평범한 일상을 그려가기 시작한다. 그들의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고 나 또한 그렇게 늙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보여준 모습이 진정한 어른이자 바람직한 노인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영화의 후반부에 아내가 남편에게 학교 갈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자 그가 일어서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아이처럼 학교 가는 것을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그가 도착한 곳은 그의 작업실이었다. 그는 학교 가는 것처럼 일정 시간에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라웠다. 규칙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낸 그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집에만 있다 보면 간절하게 정한 규칙도 지키지 못하는 게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오랜 세월 그림을 놓지 않았다. 정말 대단했다. 그들이 왜 작업실을 학교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이는 어느 사람의 삶 속에도 보이지 않은 무수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깃들어있었다. 공짜로 주는 것,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 할 정도로 그에 따른 무수한 노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지나친 욕심을 내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만족해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도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욕심을 내고 우울해하기보다는 현재 마주한 나의 상황이나 모습 속에서도 행복과 재미,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잣대나 기준으로 삶을 꾸리기보다는 나만의 방식과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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